정신건강 블로그

분노조절은 감정조절의 일부일 뿐!

권혜경 박사

image 감정을 조절한다는 말은 너무나 많은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쉽게 오해할 수 있는 부분 즉, 감정 조절에 해당되지 않는 것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겠다.

첫 번째,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감정을 억제한다는 말이 아니다. 경향신문에서 주최한 강연프로그램에  ‘나의 마음 다스리기’라는 제목으로 감정 조절에 대한 강의를 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지 않고 참는 것이 감정 조절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감정조절이란 부정적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때 이 감정을 바로 없애려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이 감정이 무엇인지 연구하며 이 감정이 나의 몸과 생각・인식・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서 감정이 나를 가지는 것이 아닌 내가 감정을 가지는 상태로 가는 과정을 말한다.

둘째, 감정 조절은 좋은 감정만 느끼고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느끼지 않는 상태 곧 내가 원하는 감정만을 선택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다. 슬픔이 너무 아파서, 분노가 너무 두려워서 이런 감정을 아예 느끼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그 대가로 부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도 같이 못 느끼는 감정적으로 죽은 상태가 된다. 이런 사람들은 삶의 아픔과 분노뿐 아니라 재미와 흥분도 느끼지 못한다. 겉으로는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안정된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어떤 일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무감각하며 매일매일이 새롭지 않은 지극히 지루하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적으로 보면 감정 동요가 심하게 일어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출된다. 감정이 잘 조절된 상태가 아니라 감정을 마비시킨 상태인 것이다. 뭘 해도 상관이 없는 상태, 어떤 것에도 애착을 두지 않는 상태, 이런 상태가 극단적으로 가면 자기 삶에서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감정 조절이란, 우리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느끼지만 그에 압도되거나 휩쓸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화가 나지만 그 화를 주체하지 못해 이성을 잃는 대신 화가 난 상태를 견딜 수 있는 것, 슬프지만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퍼서 우울증으로 가는 대신 슬픈 상태에 머물 수 있는 것, 기쁜 것에 대해서도 그에 압도되어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즐길 수 있는 상태로 있는 것이다.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또 감정을 마비시키지 않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 조절 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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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박사
권혜경 박사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뉴욕대학교에서 음악심리치료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이후 세계적인 정신분석연구소인 뉴욕의 National Institutes for Psychtherapies에서 정신분석가 과정을 마치고 뉴욕에서 정신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다양한 내담자들과 상담을 해오면서 거의 대부분의 심리적, 신체적 문제의 원인은 트라우마라는 것을 깨닫고 신경과학 근거기반의 트라우마 상담기법들을 하나씩 배우고 임상에 적용하면서 풀리지 않던 상담에 새로운 돌파구들을 마련하게 되었다. 권 박사가 받은 상담훈련은 정신분석과 예술심리치료외에도, 신경과학에 가반한 상담기법인 IFS, EMDR, Sensorimotor Psychotherapy, AEDP, TRE, Flash Technique, 다미주신경 이론 및 애착 이론 등이며, 현재 IFS Institutes 인증 IFS 수퍼바이저, EMDRIA 인증 EMDR 컨설턴트, Sensorimotor 심리치료연구소의 Advanced SP Practitioner, 세계적인 뉴욕의 정신분석연구소 National Institutes for Psychotherapies의 트라우마 프로그램 수퍼바이저로 상담사들을 교육하고 있다. 2014년 이후로 한국 정신건강전문가들에게 뇌과학에 바탕한 트라우마 상담기법들의 핵심을 망라한 통합적 트라우마 심리상담기법을 전수하고 있고, 단순히 이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배운 이론을 상담 현장에서 잘 쓸 수 있도록 '수퍼비전'이라는 상담사를 위한 컨설팅도 하고 있다. 싸이칼러지 코리아를 설립하여 세계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많은 트라우마 상담기법들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2022년에 권박사는 자신이 설립한 싸이칼러지 코리아를 통해 실력있는 상담사와 내담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화상 심리 상담 플랫폼인 카운슬러 코리아를 만들어 서비스 하고 있다. 권박사는 카운슬러 코리아의 총괄 임상 수퍼바이저이기도 하다. 권박사의 저서로는 '감정조절: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내는 방법'과 '심리톡톡 나를 만나는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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