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블로그

나르시시스트, 자기애적 성격장애 상담: 너는 항상 틀려야해. 왜냐하면 내가 늘 옳아야 하니까!

권혜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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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자기중심적이고 잘난 척하는 사람을 빗대어 자기애적(나르시시스틱, narcissistic)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신병리에서 말하는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아주 심각한 질병이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재능이나 업적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이야기의 화제는 자기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늘 관객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그들이 자신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조그만 비판에도 심한 분노를 보이고 자신의 잘못이 지적되는 것에 대해 심한 수치심과 굴욕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또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들은 이분법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옳고 그름을 항상 구분하고, 자신이 옳은 자가 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그른 사람으로 몰아간다. 물론 이 사람들이 이토록 자신의 완벽함과 우월함을 지켜내려는 노력 이면에는 상처받고 수치심으로 가득한 자아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결코 인정하지 못하고 모든 수치심과 나쁨을 남들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이들과 관계가 없는 주변 사람들은 이 관계가 맘에 들지 않으면 떠나면 되지만 배우자나 그들의 자식들은 관계를 떠나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이들이 투사하는 나쁨, 사악함, 비도덕, 수치심 등을 내면화하게 된다. 따라서 정작 원인 제공자인 사람은 상담실에 오지 않고, 그들의 배우자, 자식들이 여러 가지 문제로 상담실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한 20여 년 전쯤,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학생 아들이 부모를 살해 방화한 사건이 있었다. 천하의 패륜아로 비쳐진 그 아들을 상담했던 심리치료사가 썼던 책이 있는데, 제목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나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극도로 자기애적이고 자신들은 완벽하다고 믿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그 아들이 얼마나 수치심과 열등감으로 고통을 받았는지, 자신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고, 늘 경멸과 비난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부모를 대하면서 어떻게 증오와 복수심을 키워나갔는지, 그래서 인륜을 저버리는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상담사에 따르면 그 아들이 부모에게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이 바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이 부모도 자신들이 옳기 위해서 항상 다른 사람이 틀려야 했고 그 역할을 계속해서 아들이 떠맡게 된 것이었다. 만약 그 부모가 자신들의 태도가 아이에게 얼마나 심한 상처를 주는지 자각하고 용서를 구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이런 끔찍한 사건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느 누구도 100% 옳거나 100% 그를 수는 없다. 만약 당신이 늘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자신이 늘 옳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악으로 몰아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심리치료를 받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당신이 선이 되기 위해 악이 되어야만 했던 사람들이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권혜경 박사
권혜경 박사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뉴욕대학교에서 음악심리치료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이후 세계적인 정신분석연구소인 뉴욕의 National Institutes for Psychtherapies에서 정신분석가 과정을 마치고 뉴욕에서 정신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다양한 내담자들과 상담을 해오면서 거의 대부분의 심리적, 신체적 문제의 원인은 트라우마라는 것을 깨닫고 신경과학 근거기반의 트라우마 상담기법들을 하나씩 배우고 임상에 적용하면서 풀리지 않던 상담에 새로운 돌파구들을 마련하게 되었다. 권 박사가 받은 상담훈련은 정신분석과 예술심리치료외에도, 신경과학에 가반한 상담기법인 IFS, EMDR, Sensorimotor Psychotherapy, AEDP, TRE, Flash Technique, 다미주신경 이론 및 애착 이론 등이며, 현재 IFS Institutes 인증 IFS 수퍼바이저, EMDRIA 인증 EMDR 컨설턴트, Sensorimotor 심리치료연구소의 Advanced SP Practitioner, 세계적인 뉴욕의 정신분석연구소 National Institutes for Psychotherapies의 트라우마 프로그램 수퍼바이저로 상담사들을 교육하고 있다. 2014년 이후로 한국 정신건강전문가들에게 뇌과학에 바탕한 트라우마 상담기법들의 핵심을 망라한 통합적 트라우마 심리상담기법을 전수하고 있고, 단순히 이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배운 이론을 상담 현장에서 잘 쓸 수 있도록 '수퍼비전'이라는 상담사를 위한 컨설팅도 하고 있다. 싸이칼러지 코리아를 설립하여 세계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많은 트라우마 상담기법들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2022년에 권박사는 자신이 설립한 싸이칼러지 코리아를 통해 실력있는 상담사와 내담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화상 심리 상담 플랫폼인 카운슬러 코리아를 만들어 서비스 하고 있다. 권박사는 카운슬러 코리아의 총괄 임상 수퍼바이저이기도 하다. 권박사의 저서로는 '감정조절: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내는 방법'과 '심리톡톡 나를 만나는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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