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블로그

애착 트라우마 상담: 나의 애착 트라우마를 알게 되면, 내 남친이 보인다!

권혜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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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R씨는 남자친구 문제로 상담에 찾아왔다. 그냥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는 좋은데, 남자친구만 생기면 너무 집착을 하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친구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고, 나의 모든 생활을 남자친구와 나누고 싶고, 늘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것이 뭐가 문제일까 싶었다. 하지만 사귀는 남자친구들 마다 이런 R의 태도에 처음에는 고마워하더니 점점 숨이 막혀라 하고 급기야는 다들 R을 떠나버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고 이해받고 싶어 했던 남자친구에게서 버림을 받을 때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지만, 어느새 또 다른 남자와 똑같은 패턴으로 만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만났고, 이 관계를 파경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담실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물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고,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집착으로 가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R씨의 경우는 남자친구랑 같이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남자친구와 떨어져 있을 때는 혹시 남자친구가 나를 잊어버린 게 아닌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닌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에 늘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거의 10분마다 전화해서 남자친구가 뭘 하고 있는지, 누구랑 같이 있는지를 알아야 했고, 남자친구가 어떤 일로도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왜냐면 R에게는 모든 여자들이 남자친구를 자기로부터 빼앗아 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고 싸움을 막기 위해 가끔씩은 거짓말을 했고,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남자친구의 노력은 R씨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고 남자친구를 놓치지 않기 위해 R이 더 남자친구에게 더 필사적으로 집착하게 만들었다.

그럼 R씨는 왜 이렇게 남자친구를 못 믿게 된 걸까? R씨가 태어났을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늘 유치원에 맡겨졌고, 부모님이 집에 돌아와서도 피곤해서 아이와 놀아주기보다는 아이가 빨리 잠이 들기를, 그래서 본인들이 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5살이 되던 해, 여동생이 태어났고 아이 둘을 키울 수 없었던 R의 부모는 R을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으로 보냈고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되어서야 R씨는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 겉으로는 항상 남을 돕고 밝은 성격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남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너무나 애쓰면서 동시에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 주면 그걸 기뻐하기보다는 그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던 것이다.

또한, 늘 자신만만해 보이는 R의 밝은 성격 이면에는, 자신이 부모의 기쁨이 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부모에게 짐스러운 존재, 언제든지 부모가 힘이 들면 다른 곳으로 보내질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는 상실감은 이런 부모의 자리를 메꿀 수 있는, 즉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이상적인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심리적 중압감을 만들어냈고, 따라서 만나는 모든 남자친구가 이상적인 부모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자기도 모르게 테스트하고 있었던 것이다.

R은 치료과정을 통해 자신이 왜 그렇게 남자친구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고, 이제는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도 많이 줄어들었다. 남자친구가 자기가 가지지 못했던 이상적인 부모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다 성숙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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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박사
권혜경 박사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뉴욕대학교에서 음악심리치료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이후 세계적인 정신분석연구소인 뉴욕의 National Institutes for Psychtherapies에서 정신분석가 과정을 마치고 뉴욕에서 정신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다양한 내담자들과 상담을 해오면서 거의 대부분의 심리적, 신체적 문제의 원인은 트라우마라는 것을 깨닫고 신경과학 근거기반의 트라우마 상담기법들을 하나씩 배우고 임상에 적용하면서 풀리지 않던 상담에 새로운 돌파구들을 마련하게 되었다. 권 박사가 받은 상담훈련은 정신분석과 예술심리치료외에도, 신경과학에 가반한 상담기법인 IFS, EMDR, Sensorimotor Psychotherapy, AEDP, TRE, Flash Technique, 다미주신경 이론 및 애착 이론 등이며, 현재 IFS Institutes 인증 IFS 수퍼바이저, EMDRIA 인증 EMDR 컨설턴트, Sensorimotor 심리치료연구소의 Advanced SP Practitioner, 세계적인 뉴욕의 정신분석연구소 National Institutes for Psychotherapies의 트라우마 프로그램 수퍼바이저로 상담사들을 교육하고 있다. 2014년 이후로 한국 정신건강전문가들에게 뇌과학에 바탕한 트라우마 상담기법들의 핵심을 망라한 통합적 트라우마 심리상담기법을 전수하고 있고, 단순히 이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배운 이론을 상담 현장에서 잘 쓸 수 있도록 '수퍼비전'이라는 상담사를 위한 컨설팅도 하고 있다. 싸이칼러지 코리아를 설립하여 세계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많은 트라우마 상담기법들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2022년에 권박사는 자신이 설립한 싸이칼러지 코리아를 통해 실력있는 상담사와 내담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화상 심리 상담 플랫폼인 카운슬러 코리아를 만들어 서비스 하고 있다. 권박사는 카운슬러 코리아의 총괄 임상 수퍼바이저이기도 하다. 권박사의 저서로는 '감정조절: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내는 방법'과 '심리톡톡 나를 만나는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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